강호는 겹친 권력망이다
구파일방은 명분과 계율로, 세가는 혈연과 체면으로, 사파와 흑도는 돈과 폭력으로 같은 판을 민다. 그래서 같은 사건도 어디에 서서 보느냐에 따라 의협이 되고 범죄가 되고 장사가 된다.
江湖風雲錄
이름도 문파도 뒤를 봐줄 사람도 없는 삼류로 시작한다. 강호의 판은 이미 짜여 있고, 그 안에 자리를 만드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장안과 낙양에서 곤륜과 장강까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와 무림맹과 마교가 같은 지도를 밟습니다
구파일방은 명분과 계율로, 세가는 혈연과 체면으로, 사파와 흑도는 돈과 폭력으로 같은 판을 민다. 그래서 같은 사건도 어디에 서서 보느냐에 따라 의협이 되고 범죄가 되고 장사가 된다.
백호와 구미호와 청사가 사람의 모습으로 걸어 다니고, 영약과 비경과 진법도 있다. 다만 하늘을 찢는 힘으로 쓰이는 일은 없고, 대개 은원과 이권을 흔드는 희귀한 변수 노릇을 한다.
빚은 평판이 되고 살인은 수배와 원한이 되며, 비급을 손에 넣으면 추적자가 붙는다. 한 세력과 가까워지면 그쪽의 적과 채권자와 경쟁자도 함께 따라오기 때문에, 협의를 행하고도 손해를 보고 악한 거래를 하고도 살아남는 자가 생긴다.
인간은 대체로 이류에서 절정 사이에 있다. 다만 이것은 시작 시점의 분포일 뿐이라, 수련과 실전이 쌓이면 경지는 올라간다.
당대 천마의 내공에는 선대가 심어둔 시한부 독이 자라고 있고, 그 사실이 마교 상층에 새어 나갔다. 마교의 자리는 도전과 시해로만 넘어가는 자리라, 교내 강자들은 그가 약해지는 순간을 재기 시작했다. 강호는 천마의 남은 시간을 세면서 버틴다.
천 년 묵은 구미호의 봉인이 근래 풀렸는데, 그것은 시작일 뿐이다. 봉인을 지탱하던 도문의 도맥이 끊긴 탓에 중원 각지의 옛 봉인물이 차례로 헐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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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과 계율
7인
젊은 날 못 본 척한 일이 혈겁이 되어 제 문파를 잃고 불문에 들었다. 원리원칙 앞에서 실리에 굽히는 법이 없고, 꾸짖을지언정 내치지는 않는다.
선대가 좌화한 뒤 서른넷에 산문을 물려받았고 무게를 나눌 사형제가 없다. 공석에서는 빈틈이 없지만, 사석에 앉으면 말과 말 사이가 길어진다.
열둘에 동생을 업고 멸문한 집을 빠져나와 아미에 의탁했다. 받은 호의는 그 자리에서 되갚으려 들고, 값을 매길 수 없는 호의 앞에서는 굳어버린다.
옳은 일에는 먼저 나서지만, 지키고 싶은 사람이 반대편에 서면 검이 멈춘다. 내홍에서 갈라선 사형이 매어준 팔찌를 아직 풀지 못했다.
검종으로 입문했다가 벽에 막혀 기종으로 건너간 탓에 양쪽 길을 다 안다. 판단이 늦은 대신 한번 내린 결정은 뒤집지 않는다.
산문 밖을 모르고 자란 장문의 외동딸이 남장을 하고 집을 나왔다. 이야기책에서 배운 말본새로 협객 흉내를 내다 곧잘 들통나고, 놀라면 목소리가 제 것으로 튄다.
제자 하나가 비경에 갇힌 뒤로 산문을 닫고 그 문을 지킨다. 산과 봉인 말고는 믿는 것이 없어 강호 소식에 어둡다.
혈연과 체면
5인
부친이 눕고 실권을 쥔 뒤로 장로들이 혼사로 고삐를 채우려 든다. 지는 것도 속내를 보이는 것도 못 견디지만, 인정한 상대에게만은 말이 길어진다.
만사에 값을 매겨 등가로만 주고받고, 핵심은 늘 말 끝에 내놓는다. 옛 국호가 나오면 접선이 멈춘다.
피가 맹독이라 어려서부터 격리각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 말을 걸면 반가워하다가도 손이 닿을 거리에서 물러선다.
맹의 자문보다 비경과 옛 기관 답사에 마음이 가 있다. 사람보다 구조물에 말을 걸고, 위험 앞에서는 눈이 먼저 빛나 물러서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오대세가 가운데 가장 빈한한 집을 물려받았고, 가진 것이라고는 팽가의 신의를 의심하는 자가 없다는 평판뿐이다. 말을 돌릴 줄 모르고, 잔꾀는 못 알아채 정면으로 받는다.
중재와 법
3인
명문도 구파도 아닌 야인 출신이다. 공석에서는 정론을 쓰지만, 격식 없는 자리에 앉으면 말과 술이 금세 거칠어진다.
상관이 흑도와 닿아 있다고 고발했다가 묵살당한 뒤 관복을 벗었다. 걸걸하게 형님 노릇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사람을 쓸모로 저울질하고, 등 뒤에 누가 서는 것을 싫어한다.
문파 난투에 고향 현이 불탄 뒤로 강호를 법 바깥이라 여긴다. 조문대로 움직이지만, 눈감기로 한 자리에는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돈과 폭력
5인
정파 토벌에 가족을 잃고 흩어진 사파를 그러모아 련을 세웠다. 위선을 못 견뎌 가면 쓴 자부터 치고, 약자에게 진 빚은 잊지 않는다.
표적이던 아이 하나를 못 죽이고 조직을 등졌다. 지금도 아이 앞에서는 걸음이 멈추고, 제 이름이 불리면 대답이 한 박자 늦다.
구역민에게는 가족 노릇을 하고, 외지인에게는 통행세를 물린다. 판돈 크게 거는 손은 눈여겨본다.
행상 시절 배신을 당해 재산과 왼손 약지를 잃고, 죽은 사람으로 알려진 채 지하 경제를 쥐었다. 뭐든 구해주되 값이 비싸다. 배신 이야기가 나오면 웃음이 걷힌다.
모함으로 처형된 현령의 딸이 산채에 의탁해 실력으로 채주까지 올랐다. 상단은 털어도 농꾼은 호위하고, 낯선 자는 오래 지켜본 뒤에야 들인다.
외부 압력과 금단
3인
약관에 내전에 뛰어들어 십 년 만에 천마령을 쥐었다. 유능한 자일수록 시험을 가혹하게 굴리고, 제 약한 모습을 본 자리는 반드시 지운다.
찬탈 내전에서 선대 편에 섰다가 숙청 명단에 올라 이름을 지우고 떠돈다. 잘 때도 등을 벽에 두고 신을 벗지 않으며, 받은 만큼만 갚고 먼저 기대는 법이 없다.
스승을 살리려 금기에 손댔다가 스승은 죽고 통각과 촉각을 잃었다. 남의 고통을 저울질하지 못하고, 제 상처도 남의 일처럼 들여다본다.
객잔·기루·표국·의관·상단
5인
멸문한 소문파 문주의 유복녀로, 무공을 숨긴 채 산다. 싹싹하게 굴다가도 과거를 물으면 웃으며 벽을 세우고, 젓가락 하나도 병기 거리로 셈한다.
몰락한 세가의 딸로 어려서 팔려와, 천향루를 정보가 오가는 자리로 만들었다. 웃음에도 값을 매겨 파는 탓에 값 없이 주고받는 일에는 서툴다.
부친이 호송 중에 피살되고 표국을 물려받았는데, 강호는 여국주를 얕본다. 맡은 짐 앞에서는 물러서지 않고, 힘든 내색을 못 해 혼자 삭인다.
당가에서 독술을 배우고도 독으로 살리겠다며 나와, 본가에서는 배신자로 불린다. 다쳐 온 사람에게는 손보다 화가 먼저 나간다.
부친에게 물려받은 상단을 몇 해 만에 배로 불렸다. 모든 세력에 줄을 대되 어느 줄도 믿지 않고, 살가운 말씨 뒤로 이익을 셈한다.
길 위와 척도 밖
5인
파문당한 직후 사문이 몰살당해 그 누명을 쓰고 쫓긴다. 억울함을 설명하는 데 서툴러 오해를 먼저 삼키면서도, 위기에 처한 남은 지나치지 못한다.
호기심에 산을 내려왔다가 내단 사냥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 빚지는 것을 못 견뎌 갚을 때까지 따라붙는데, 값과 예법을 자주 틀린다.
수백 년 전 도사에게 봉인당했다가 근래 풀려났고, 아는 세상이 그때에 멈춰 있다. 천 년치 오만과 아이 같은 무지가 한 몸에 들어, 마음에 든 사람을 따라다니며 세상을 묻는다.
인간 의원에게 목숨을 구원받고 의술을 배웠으나 은인은 이미 죽었다. 은혜 갚는 셈은 정확한데 정은 셈이 되지 않아, 이유 없는 호의를 보면 하던 일을 멈추고 오래 들여다본다.
무당산에서 도경을 읽으며 지내고, 산의 균형이 흔들릴 때만 움직인다. 물음에는 답하지만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눈높이의 동행
3인
무당산 산묘가 도가 기운에 이끌려 도관에 섞여들었고, 장문은 알고도 두고 본다. 따르는 사람의 무릎과 어깨를 차지하며, 관심 밖의 일에는 시큰둥하다.
검종에 적을 두었을 뿐 파벌에는 관심이 없다. 목소리가 크고 잘 웃고 잘 울며, 어려운 일은 수련량으로 답한다.
여덟 살에 언니 등에 업혀 멸문에서 살아남아 아미에서 자랐다. 먼저 다가와 이름부터 외우고, 멸문 이야기가 나오면 웃는 낯 그대로 화제를 돌린다.